아메리카/아르헨티나

일요일의 셀프 시티투어

cjswotl 2018. 4. 27. 06:12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늘은 아순시온에서 자문관으로 일 하시는 실버 커플과 갑니다. 연륜과 넉넉함이 느껴져서 동행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첫 목적지는 엘 알테네오 서점입니다. 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분점이 많아 당황했어요. 지도에서 El Ateneo Grand Splendid로 검색해 가면 틀림 없어요. 그런데 일요일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2시 오픈이라네요. 그래 커피를 마시려다 가까이 있는 공원에 가기로 했어요. 가는 길에 토마토랑 오렌지를 사서 까먹었어요. 커피 한 잔 값에 입이 호강해서 더 좋았다능.
여긴 고무나무가 엄청나게 커요. 공원 한가운데 자리잡고 휴식처를 제공해 줍니다. 옆엔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데 보호자가 옆에 다 있어요. 맨발로 햇빛에서 노는 아이들이 부러워요. 그런데 지난 저녁에 들은 이야기로는 아이들이 말을 안들으면 몰래 꼬집는다고 해요. 남들 앞에서 때리는 것을 수치로 알아서 그런다고 해요. 웃기죠?
전혀 그럴것 같지 않은데.....

아 길에 탱고 스텝 발바닥 그림이 눈길을 끕니다. 실버커플님 손수 보여주시네요. 모든 열심히 배우고 익히시는 분들이 좋아보여요. 심지어 한국어 강사 자격증도 땄다네요. 난 귀찮아 포기했던 것을요.
 

인구 대비 서점이 가장 많은 도시가 부에노스아이레스랍니다. 그 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엘 아테네오 서잠은 1919년에 오페라 극장으로 건축되어 2000년 들어 서점으로 개조된 곳입니다. 노랗게 채색된 내부는 오페라 극장답게 은은한 분위기가 넘치고 무대는 이제 막 무대를 여는 것처럼 붉은 커튼이 반쯤 걷혀 있습니다. 무대 위의 벽과 기둥의 조각품이 예술작품이고 천장 그림은 미켈란젤로 그림을 연상케 했어요. 온 김에 뒷모습 컨셉으로 사진 찍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 떠나기 전에 다시 와서 사진책이나 봐야 겠어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세계 3대 극장 중 하나인 콜론 극장으로 향했어요. 대로변인 7월9일 거리로 나오니 채소 트럭차가 보여요. 동네 가게보다 훨씬 사서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요. 사과와 귤을 넉넉히 사서 가방에 담으니 묵직해요. 그러나 마음은 흐뭇합니다. 며칠간 먹을 식량을 확보 했으니 얼마나 좋아요.
난 여기 와서 바나나를 사먹지 않아요. 넘 비싸서요. 근데 실버 커플이 사서 먹으라고 주시네요.

좀 더 가니 식민지풍 건물이 보입니다. 사자 닮은 왕과 왕비 조각이 있는 오페라 하우스인 콜론극장은 참 멋졌어요. 2478객석에 500명의 입석이 있고 7미터의의 거대한 청동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고 해요. 죽기 전에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개 중 하나라고 합니다. 내부는 입장료 내고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극장은 비슷할 것 같아 스킵하기로 결정하고 문 앞만 가봐요. 투어를 안한다고 하니 정말 불친절해요. 어쩌튼 규모의 차이일뿐 눈으로 사진 봤으니 된거죠

뒤쪽으로 시티공원이 있고 정말 특이하고 예쁜 건물이 많아 나도 모르게 촬영 모드로 접어듭니다. 중간에 사루비아를 보고 아니 빨강이 아니라 보라색인 것에 깜짝 놀랐어요.
실버커플 처음 봤다고 해요. 세이보데알베아르 동상 뒤에 관공서 건물이 특이해요. 공원 주변 간물이 다 관공서 건물로 식민지풍의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어요.

콜론극장 옆엔 탱고 포르테노가 있어 반갑네요. 길 거리 노점에서 탱고 그림을 못 찍게 하니 여기 문을 열심히 찍게 됩니다. 그리고 서점에서 찍은 엽서의 탱고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도시 창립 400주년을 맞이하여 세운 오베리스크도 보입니다.

길을 건너 간 깔리엔데스 거리와 플로리아 거리 라바예거리는 다 문을 닫아 한산합니다. 어디가명동 거리스럽냐구? 원래 일요일은 그런건가요?하고  되묻고싶다.

5월 광장에 가니 공사중이라 혼잡했어요. 난장판이 따로 없더군요. 정치의 중심지라고 하는데 글쎄요.

 1976~1983년까지 군사 정부의 추악한 전쟁 기간에 실종된 자식들의 어머니 모임인 5월의 어머니회가 매주 목요일에 있다고 해요.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파인 우파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미국의 묵인하에 남미 전역에 추진된 콘도르 작전이었다고 해요. 현지 이민 오신 분이 얘길하길 땅이 커서 육군으로는 감히 할  수 없어 공군이 하늘로 출동하여 기관총을 쏘고 돌아왔다고 해요. 조직적이고 규모가 큰 인권유린이 자행되어 3만명이 실종되거나 학살된 것으로 추종한다고 합니다. 실종자란 의미의 desaparecidos는 아픔과 탄압의 고유명사가 되었어요. 이 역사를 읽고 있으니 광주민주화 운동이 떠올라요. 다른 것이 있다면 여기는 군부 쿠데타를 지휘한 라파엘 비델라는50년 징역형을 받다가 옥중에서 사망했지만 아직도 광주 전범자는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희생자는 있는데 왜 가해자는 벌을 받지 않는지 열불이 터집니다.

마요광장 주변에 있는 대성당에 들어가 봅니다. 크긴 한데 별 감흥이 없어요. 12사도 상징하는 12개의 코린트식 기둥과 박공으로 되어 있어 고대 그리스 신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박공의 부조엔 요셉이 이집트에서 자신의 형제와 아버지 야꼽을 만나는 것을 새긴 것으로 몇 차례 내전을 겪은 후 통일을 이룬 아르헨티나를 상징하기 위해 새겼답니다. 그리고 남미 해방의 아버지 산 마르틴 장군 관이 안치되어 있어요. 남미엔 그래서인 산마르틴 광장이 아주 많답니다. 그런데 프란시스 교황이 봉직한 곳이 이곳이랍니다.

장미빛의 대통령궁이 보입니다. 원래는 요새였으나 붉은당 자유당과 하얀당 연합당의 단합을 위해 핑크색으로 칠했다고 해요. 여기가 영화 에비타의 장소일거라 생각되지만 공사로 잘 상상이 안가요. 그러나 에비타의 주제곡 Don't cry for me Argentina의 노래를 들으며 영화로 본 에비타를 떠올려 봅니다.
https://youtu.be/zgwMpJs-dCA

옆에 시의회 건물도 보이고 BAcelebra 기념 축제가 있어 떠들썩 해요. 한쪽에선 먹거리와 개인 공연이 있고 중앙 무대엔 나라별로 춤이나 노래가 공연되고 있어요.

우린 일요일이라 덴파사거리의 산텔모 벼룩시장을 구경합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마요광장으로 돌아가요. 실버커플은 손녀 티로 마틸다 그림을 사고 난 그 동안 계속 주목하던 마테차 잔과 빨대를 구입합니다. 처음부터 저렴해서 할인 해주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손수 그린 꽃그림 값이라 생각하고 샀는데 비슷한 것이 300페소 즉 내가 산 것의 3배인 것이에요. 급 기분이 좋아지며 웃음이 막 나와요. 돌아오는 지하철에 옆방 아가씨들 만났는데 여권케이스에 이름 새긴 가죽제품과 가죽지갑을 샀더군요. 난 투박해서 별로 사고 싶지 않아요. 스페인 론다의 가죽지갑을 따라오지 못해요. 지금도 손 때 묻은 지갑을 잘 쓰고 있어요.

마요광장에 돌아와서 보니 아직도 공연 중입니다. 잠시 더 보기로 했어요. 특히 내가 본 것은 이태리 민속춤과 노래인데 이태리 관광객의 열렬한 환호와 흥이 날 흥분 시켜요. 한참을 보고 나니 내 다리가 아파요. 실버커플은 더 보고 싶은 분위긴데 참 오랫동안 서서 봐서 내가 급 피곤하여 가자고 했어요.

아쉬움을 남겨 두는 것이 좋아요. 나중에 채우려고 한 번 더 가거든요.
얼마나 걸었던지 숙소에서 저녁을 엄청나게 많이 먹었어요. 식탐이 강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