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온 터라 언젠가는 가야지 하고 오랫동안 벼려왔다.

드디어 여름이 되자 비행기에 오른다.

약 한 달 일정으로 7월 30일 출발하여 8월 30일에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

몬순의 계절인지라 역시 델리 첫날 하늘이 뚫린 것처럼 억세게 비가 내렸고

돌아오는 마지막 날에도 비가 내려 여행에 이상한 묘미를 더해 주었다.

 

라닥과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환상이 가득 하여 여행 전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델리는 큰 도시라 바로 지나치려 했는 첫날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다.

빠하르간지 가는 육교를 그 큰 캐리어를 가지고 오르락 내리락 두 번 했더니

체력이 바닥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스컬레이트가 있는 걸 알고 할 말을 잃었다.

 

정전으로 인해 버스표 예약도 쉽지가 않았으나 일단 마날리까지는 잘 도착했다.

숙소를 잡음과 동시에 이 조용한 마날리가 전쟁터 같은 델리에 비해 천국처럼 느껴졌다.

주변의 트렉킹과 휴식을 마치고

다시 레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40시간의 기나긴 버스 여행!

원래는 17시간이면 될 것을 폭우로 길이 중간에 끊겨 복구를 기다리며 보낸 시간까지 합해 40시간

여기는 인도니까 하며 마음이 너무 느긋하다.

마침 경치 좋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풍경 사진 찍느라 한 동안 즐거웠다.

그런데 17시간이나 되니 슬슬 지겨워지고 걱정이 많이 된다. 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차가 움직이고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길을 머리 속에 새기느라 한 숨도 자지 않고 미니 버스 제일 앞 자리에서

눈 크게 뜨고 보고 있다.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듯이 운전을 하는 우리 기사님을 보며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5000미터 상공에서 길이 없는 자갈길을 먼지를 흩날리며 달릴 때는 신났다.

 

 

다른 일행들은 힘들어 자다 깨다를 반복 했지만

난 다시는 육로로 올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서

그 시간을 즐겼다.

계곡과 강, 아슬아슬한 버스길,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잊혀지지 않는다.

 

레에서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내 스스로 해 보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산악 자전거 타고 내려오기, 래프팅, 패러 글라이딩, 누브라 밸리 트렉킹, 판공초 트렉킹 등이 있어

활동적으로 보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민박집에서 휴식과 함께 명상센터에서 명상과 요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레를 컽으로 보면 관광지화 되어 있는 모습만 보고 내려 올 수 있으나

오래된 미래 라닥에서 배우다. 라는 헬레나의 책을 읽고 갔다면 물길의 의미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달라이 라마의 환영식에 참여한 라닥인의 종교 생활도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머리를 비우는 충분한 휴식을 갖은 후 스리나가르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길도 아름답다 하여 정신 차리고 볼려 했으나 잠에 밀렸다 깨어 보니 아침 일찍 도착이다.

아마 비슷한 풍경에 식상했나 보다.

보트 하우스는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사육 당하는 느낌이랄까?

하루 두 끼 주는 곳에서 달 레이크를 바라보고 멍 때리는 시간이 주다.

좁은 공간에 갇혀 몸만 살찌우는 시스템이랄까?

그래서 보트 하우스는 이틀 묵는 것이 적당하다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카라 투어와 새벽 시장은 둘 다 조용히 이루어진다.

고요....

 

장시간의 버스 이동이 힘들어 에드온 한다는 기분으로 비행기를 탔다.

내 생전 이렇게 검문이 심한 곳은 처음이다.

엑스레이 검사만 해도 4번 이상이고 여자 분이 가슴까지 만지며 신체 검사하는 것도 4번이다.

심지어는 작은 배낭에 있는 물건도 일일이 꺼내어 검사한다.

마지막 비행기 탈 때까지 검사하는데 참 할 말이 없다.

역시 이 곳은 파키스탄과 국경 지대라 검문이 심하고 길거리는 군인들이 총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많이 본다.

비단 이 곳뿐만 아니라 레는 중국과의 경계로 인해 약간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행 중에 만난 대만 국적의 밍웨이 말로는 판공초 퍼밋을 중국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서로 무력 충돌이 있던 곳이라 조용한 이 곳의 거주하는 군인은 많았고

검문도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투르툭 갈 때는 퍼밋을 복사한 종이를 다섯 군데에 내야만 했다.

 

델리에 돌아오니 무질서가 난무하다.

바쁘게 마무리를 하려 했지만 무더위와 비로 인해 난 여행을 포기한 상태다.

결국 숙소에서 뒹굴거나 셀카 찍기, 책 빌려 읽기로 시간을 보냈다.

 

여행 중에 가장 맛이 있던 과일인 망고와 살구로 내 장은 좋지 않다.

그래도 맛은 너무나도 좋았다.

결국 마지막에 선택한 과일은 석류다.

열대 지방이라 과일이 달고 무지 맛있다.

 

이 여행을 통해 척박한 곳에서 살아온 라닥인과 카슈미르 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특히 야롤 게스트하우스의 야롤 아줌마와 왕탁크 아저씨의 진심어린 보살핌에 감사드리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 가며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든다.

여름에는 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말을 아끼고 일을 하고

겨울에는 할 일이 적어 이웃과 파티를 많이 하고 결혼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다시 가게 되면 겨울에 야롤 게스트하우스에서 긴 이야기를 하며 겨울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보고 싶어요. 두 분 그리고 거의 한 달간 같이 생활한 마음이 깨끗한 현정씨!!!!

다음에 오게 되면

혹독한 겨울에 비행기로 오고 싶다.

 

 

아래 첨부파일은 실제로 이동한 나의 여행 일정표다.

한 일 없이 아주 널널하다.

2012 레 여행 일정.hwp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