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에서 첫번째로 한 일은 수산시장 가서 크랩을 사다가 숯불구이 해서 먹었다는 사실
그러나 공들인 것에 비해 먹을 것이 없었다.
선아저씨 이왕 불 피운 김에
어제 시장에서 산 돼지 고기를 굽자고 하신다.
썰어지지도 않은 고기를 씨뚜가 큼직하게 썰어다 주었다.
보기에는 그다지 맛난 보이지 않았지만
혀에 닿는 순간 입 안이 황홀해지는 맛이다.
여기 돼지나 닭은 굉장히 맛이 좋다.
고기를 잘 안 먹는 내가 달라들어 먹을 판이니
상상해 보세요. 그 맛을.






유일하게 남은 이 집 일꾼 씨뚜를 소개합니다.
방년 17살로 시골에서 올라온 소년이다.
옷은 2벌로 번갈아 가며 입는 듯.
이 아이의 가장 장점은
남의 물건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다는 점
시간 되면 집 안밖을 물로 청소한다는 점
생소한 사람과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점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려 한다는 점 등이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미얀마 회화집을 가지고 다니다가
씨뚜에게 선물로 줬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 보물단지를 들고 외운다.
그리고 나에게 맞냐고 물어보는데
거의 발음이 많다.
머리가 스마트해서 잘 키워 일꾼으로 쓰라고 선아저씨에게 여러번 말을 했다.
아저씨 표정은 글쎄요 지만
본인 하기 나름 아닌가?
씨뚜가 날 처음에는 아줌마라 불렀다.
그래서 난 누나라고 가르쳤다.
아이스크림도 사 주고 해서 인지 날 도와주려고 무지 노력한다.
그러나 내 직업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쿨하게
너 공부하라고 자주 말한다.
씨뚜랑 근처 기차역을 찾으러 다니며 많이 친해져서인지 너무나도 이 아이가 예쁘다.
제발 여기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매니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이 누나가 비록 멀리 있지만 생각날 때마다 기도할게.
만약 선아저씨가 삔우린에 큰 호텔과 식당을 해서 날 초대해 주면 기꺼이 갈거다.
그리고 씨뚜 너도 만날거야.

차이나 타운에 한국 아가씨가 피부삽을 한다길래 가 보았다.
된장국을 그간 못 먹어 봤다고 해서
물만 넣고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여 선물했더니 무지 좋아한다.
같은 나이인데 이 먼나라에 와서 사업을 하다니 대단하다.
그 아가씨가 손님을 받고 있어
한 시간 소일을 하기 위해 선아저씨가 알고 있는 현지 여행사를 방문했다.
저기 가운데 여자분이 타이 항공 점장까지 했다고 한다.
영어가 간결하면서도 쉬운 말로 잘 하신다.
한국과 관련된 사업을 두 분이서 하고 싶어하신다.
사실 미얀마어가 배우기 어려워서 두 분이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사업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달라가는 선착장 앞

양곤 도착 첫날에 썼던 내 침대와 그 옆은 애란 침대
눈에 전기매트 보이나요?
여행내내 참 요긴했습니다.
추으면 당연 필요하고 더워도 천정에 팬이 있다면 모기를 쫓으려 팬을 틀고
저 매트를 배에 올려 놓고 자면 감기도 걸리지 않고 모기에게 헌혈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이 방에서 나머지 일 주일을 보냈어요.
가구가 없고 휑 해서 무척 좋았어요.
아침이 되면 햇살이 들어오는데 따갑지도 않고 날 즐겁게 깨워줍니다.
그러나 뭔 일인지 저 모기장을 쳐도 모기가 날 물어요.
모기장 치지 않고 자는 학생들은 멀쩡한데
어찌된 일일까요?
정말 억울해요.
히히~ 저 위에 내가 산 바구니 보이나요? 저 왼쪽 귀퉁이 보세요.
인레 시장에서 싼 가격에 샀어요.
총 4개인데 단돈 8000원입니다.
집으로 가져 가서 재활용 바구니로 사용하려고 구입했어요.
내가 사니 친구들도 다 사네요.

처음엔 선하우스가 이상하고 정이 들지 않았어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정말 좋아요.
지난 일년간 선아저씨가 구석구석 수선한 모습이 보이고
매일 깨끗이 씨뚜가 청소하고
거기다 이 동네가 양곤 부촌이라 깔끔한 편입니다.
낮에 밖에 나가면 굉장이 더운데
집 안에 있으면 무척 시원하답니다.
아직 개발이 덜 되어 하수도 시설이 길에 버젓이 나와 있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임에도 모기는 그다지 많지 않아요.
이 집에서 젤 좋았던 것은
내 맘대로 부엌을 이용했다는 거죠.
선아저씨는 한국에서 만든 양념이 다 준비되어 있어
국이나 나물 만들어 먹기 좋았어요.
그 보답으로 난 아저씨가 짜게 만든 김치를 순화시켜 주었지요.
장에서 300원어치 무를 사서 채를 썬 다음 고추가루로 버무려
파인애플과 같이 투하.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 맛이 좋아져서 칭찬이 자자했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집 부엌에서 많은 음식을 했네요.
된장국, 미역국, 오뎅국, 무우 생채나물, 숙주 무침, 오뎅조림
그리고 야채 피클
여러 사람과 나누어 먹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맛있어요를 외친다.
요리 솜씨가 일취월장했다.
내가 먹어도 맛있는데..
아마도 바로 해서 더 맛이 있었을거다.
이 게스트 하우스에 묵고 싶다면
다음 카페의 선게스하스를 찾아들어가면 된다.
카페가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기본 정보는 다 있다.


내 방눈 창이다.
사진으론 심난해 보이나 실제로 아침에 눈을 뜨고 보면 하늘 색이 예쁘다.

선아저씨가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소프트볼 게임입니다.
인야호수 근처 운동장인데
무료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관리를 잘 하기 휘애 정문에서 신분증을 정확히 확인하고 들어 보네주네요.
경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니깐요.
그리고 사진도 찍지 말라고 단속도 했어요.
일단 아침 햇살과 바람이 상쾌합니다.
내가 응원하면 사진을 찍으니 모처럼 우리 팀이 이겼네요.
무의식중에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그 동안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발휘되나 봅니다.
오늘 스코어는 20대 11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홈런 치고 기뻐하는 우리팀 선수들






이 빨간 옷 입은 사람은 다른 팀 선수인데 얼마나 유쾌한지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운동장에서 유쾌한 댄스로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듭니다.
장난도 개구장이 같지요.


자랑스런 우리팀 선수들 단체 사진

선 아저씨 이 사진을 보는 그 날 노란색으로 염색했어요.
오늘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멋을 상당히 부리시네요.
그 동안 나에게는 잘 보일 필요가 없었나?
내가 삐져 하니 어색한 웃음만 짓네요.(참 귀여우세요. 푸~하~)
아무튼 선아저씨와 지내는 시간이 마치 시골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 간 기분입니다.
덕분에 현지인 처럼 편하게 생활하고 왔어요.
언급하지 않은 란주와 미스터 신 과의 대화도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