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 맘대로 산행
이주일 정도는 군왕봉 두번째 정자까지 왕복하며 체력을 단련해 왔다. 그러다 자신감이 붙어 장불재를 한 번 가 봐!! 하는 하며 급히 경로를 수정한다.
산수동~ 법원~ 단사공원~ 바람재 ~ 늦재 전망대~ 군부대 갈림길~ 장불재~ 중머리재~ 토끼등 ~ 덕산너덜~ 바람재~ 단사공원~ 산수동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나란 사람은 마추픽추도 걸어서 올라갔다 내려온 인간이다. 그러니 이까짓 것 문제 없다. 바람재까지는 헐떡이긴 했으나 괜찮다. 그런데 늦재 전망대까지 가는 육백미터가 죽음의 구간이다. 허벌나게 가파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올라가는 급경사 계단과 비슷하다고 할까? 거긴 신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네 발로 올라가는 건데 대체 여긴 뭐때심시 이리 가파르나고요…
헐떡이며 올라왔으니 사진 한방 찍어야지. 날이 흐려 뿌옇네요. 가만 보니 내가 저 능선을 타고 올라왔다. 대단하다.
오프로드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신기방기하다. 지금은 봄일진데 전 날 비 왔다고 여긴 얼음이 얼어 있다. 가끔 얼음이 녹아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면서도 사진은 또 열심히 찍는다. 습관처럼 말이다.
무등산 정상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천왕봉은 1187m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지왕봉은 김덕령 장군이 뜀질을 하면서 무술 연마한 뜀바위가 있단다. 솔직히 아주 옛날 옛적의 일도 아닌데 김덕령 장군의 이야기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가끔 웃음이 나온다. 사진은 없지만 이 길에서 보는 무등산 봉우리가 속을 탁 트이게 한다.
좀 더 가니 군부대 복원지와 중봉이 보인다. 길이 멋져 보인다. 그러나 오늘은 시간상 그냥 지나친다.
장불재가 보이고 백마능선도 보인다. 오월에 철쭉 보러 내가 갈테니 딱 기다리고 있어라.
시간에 쫒겨 돌계단을 즐려 밟고 중머리재를 지나 토끼등으로 내려온다. 복원한 태가 물씬 풍기는 길이다. 몇 년 만에 지나가는건지 알 수가 없다.
다시 바람재로 내려 오니 네 시가 넘었다. 그런데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있다. 가면서 계산해 보니 20km가 넘는 길이다. 와~ 나 대단하긴 한데 힘들다.
무거운 발을 들어 구령을 넣어주며 단사공원으로 내려오니 여섯시 삼십분! 해는 이미 떨어지고 체력은 고갈되고..ㅠㅠ
집에 오니 일곱시다. 그리고 몇 일간 난 아파서 끙끙댔다. 특히 왼쪽 무릎이 삐걱삐걱!! 나이는 속일 수 없다. 이 놈의 퇴행성 관절염..
무릎 때문에 게으름 피우다가 오늘은 가볍게 덕산너덜에 가서 독서 하기로 한다.
수지사에서 장원삼거리를 돌아 바람재로 올라간다. 중간에 수선화가 예쁘게 피어 있어 촬칵! 역시 노란색 꽃은 화사하고 예쁘다. 그래서 특별히 더 좋아하게 된다.
덕산너덜에서 간식을 먹으며 독서 삼매경에 돌입한다. 따사한 햇빛 아래서 책을 읽는 기분이 상당히 좋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게 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다닌다는 점이다. 어떤이는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걷고 어떤이들은 무리지어 시끄럽게 이야기하며 지나간다. 이것만 아니면 정말 좋은 곳인데 아쉽다. 할 수 없이 내려가기로 결정.
오늘은 코스가 짧으니 샛길을 개척해 봐야겠다. 첫번째 샛길은 성공적이다. 흙길이나 무릎에 피로를 덜 주고 좋네. 다만 비가 온 후는 미끄러우니까 그 때는 안다녀야겠다.
성공에 힘입어 두번째 샛길에 도전. 내려가니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계속 가면 충민사로 빠진다고 한다. 어르신이 산수동을 갈려면 요길로 가라해서 올라간다. 꾀재가 나올수록 알았는데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간다. 한바퀴 뺑 돌았다. 다시는 요길로 가지 않으리…
그러다 세번째 샛길 도전에 식은 땀을 흐렸다. 좁은 산길에 잘못하면 낭떠러지다. 결국 네 발로 조심히 간다. 앞으로 요 길도 비추다.
마지막 샛길 도전한다. 장원봉 오르기 전의 왼쪽길이다. 전에 친구랑 갔다가 경사가 있어 중간에 돌아온 길이다. 나 혼자니까 한 번 가 본다. 그런데 장원봉을
돌아갈 줄 알았는데 지산유원지로 빠진다. 경사도 급하고..ㅠㅠ 게다가 큰 개 두 마리가 짖어서 깜놀. 저 웬수 같은 녀석들을 피해 옆으로 난 길로 돌아간다. 내려오니 신양파크호텔 옆이다. 지그재그로 돌아내려 오는 아주 험난한 길이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지…
오늘 샛길 투어에서 헤매다 보니 장불재 왕복보다 체력이 더 딸린다. 당분간 샛길 투어는 참자! 당분간 호기심은 금물이다.
아래 사진은 어느 흐린 날 군왕봉 두번째 정자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흐린 날의 묘미가 보인다. 나무와 꽃에 그림자가 없고 세세하게 보인다. 마른 나뭇잎은 더 가벼워 보이고. 다만 핸드폰 사진이라 내가 원하는대로 촛점 마추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장비 탓은 하지 말자.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드디어 벗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너무 일에만 파묻혀 있지 말고 시간 날 때 꽃을 보러 가 보세요. 서서히 아름다워 지고 있어요. 나도 이번주에는 버스 두 번 타고 세량지 출사를 갈 예정이고 다음주엔 지산유원지 벚꽃 길을 걸어볼렵니다.
다들 홧팅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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