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

태풍 솔릭으로 인해 여행이 무산될뻔 했지만 다행히 효자 태풍이여서 계획대로 강원도 여행을 하게 되었어요. 태풍 뒷끝이라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이고 원주 가는 고속도로는 차가 많아 약간 정체도 되고 해서 약간 심란.
게다가 원주에서 구룡사 가는 41번 버스가 30분에 한 대인지 넘 띄엄띄엄 와서 벌써 지치더라구요.
한 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한 구룡사 입구부터 시작하는 금강숲길은 오는 동안의 고단함을 담방에 날려버리는 길이었어요. 요런 길 아주 좋아하죠.
하늘을 가리는 숲길!!!

중간에 구룡사의 유래가 나오는 안내판이 있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듯한 풍경이 멋지게 그려져 있어요.


치악산의 으뜸 봉우리인 비로봉에서 학곡리로 6킬로 떨어진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해요. 전설에 의하면 원래 대웅전 자리에는 아홉 마리 용이 사는 연못인데 의상은 연못 자리가 좋아 절을 지으려고 용들과 도술시합을 해 용들을 물리치고 절을 지었으며 아홉마리 용이 살았다고 해서 구룡사라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한 노인이 절 입구의 거북바위 때문에 절의 기가 약해진다 하여 그 혈을 끊었다고 해요. 그러나 절이 더 쇠약하자 한 도승이 혈맥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해서 혈을 이어줬다고 해요. 그래서 거북바위를 살리는 뜻으로 아홉구가 아니라 거북구의 구룡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좀 더 걸어가 보니 커다란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오네요. 일단 눈에만 담고 방배정 받으러 갑니다. 숙소가 깨끗하고 좋아요. 음료와 사탕은 맘껏 마시게 해주시고 화장실은 남녀 따로 있어요.
5시30분까지 자유시간이라 절 여기저기 구경해 봅니다. 지난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나온 네팔 가족이 용문사에서 절하고 소원문을 다는 것을 보고 나서 인지 절 풍경이 새롭게 느껴지네요.

저녁 식사는 먹을만 했고 알다시피 자기가 먹은 그릇은 셀프 설겆이 해야해요.
식사후 시간이 남아 3층석탑을 보며 멍 때립니다. 그냥 좋네요.
6시30분에 법고를 치고 법어 운판 법종을 치는 의식을 합니다. 저녁엔 33번의 법종을 치는데 천상세계와 관련이 있고 아침엔 동서남북 별자리와 관련하여 28번을 친다고 해요. 아~~~~ 운판 소리가 들리면 식사시간이라는 사실. 밥 때가 아주 중요해요. 시간 지나면 못 먹으니깐요.ㅋㅋ

담으로 절 안내와 차담시간이 있었어요. 무소유
내 몸도 내 것이 아닌 타인 것이니 너무 안달복지 말라는 말씀! 여기서 타인은 우주 사물 등등을 지칭하며 잠깐 내가 머물다 가는 것으로 내 몸이 아니라 자기만의 존재 이유와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알 수 없는 좋은 말씀을 새기다 보니 날이 어두워집니다.
어두우니 귀가 밝아져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벌레 소리가 크게 들리는 이 밤의 고요함이 정말 평화로워요. 게다가 공기도 좋고.....

오늘은 방에 커다란 벌레와 함께 자요. 살생을 금하는 곳에 와서 인지 죽일 수가 없어요. 걍 이불 둘러쓰고 자렵니다.

둘째날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에 친구는 조용히 차와 명상을 하러 갑니다. 밖을 보니 넘 깜깜해서 문 닫고 자요. 그러다 6시에 나가 보니 벌써 밝아버려 일출은 날아갔어요.
그러나 하늘에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까꿍!
좋았어. 아침 먹고 7시쯤 세렴폭포로 고고!!

가만히 상상해 보세요. 계곡 옆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고 풀벌레 소리가 장단을 맞춰줘요. 그리고 하늘을 다 가려주는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내 코 속에는 맑은 공기가 들어와 뇌를 맑게 해 주는 이 느낌의 아침.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사실 세렴폭포는 아주 작았으나 가는 길이 좋아요. 난 시간이 많이 남은 관계로 비룡폭포로 갑니다. 여기부터는 돌길로 줄곧 오르막길입니다. 그러나 사람 인적도 없고 한적한 길이라 올라갈만해요. 시간이 부족해서 1.2킬로 남겨두고 다시 하산한 것이 아쉬울뿐.. 
내려오다보니 여기 옥수수 동동주 드시는 사람들 간식 먹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숙소로 오니 친구는 108배를 하는지 없어요. 열쇠도 없는데 난감해요. 그러나 사탕 하나 먹고 샴푸도 없이 샤워를 대강하고 글을 올려요. 정말 털털 하죠?

여기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체험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어 친구들과 모임을 해도 좋을듯 해요. 산책할 길이 많아 이야기도 하고 차 정자에서 수다 떨어도 참 좋아요. 근처에 찻집도 있고..

친구들아~~ 다음 모임은 여기로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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