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

어제 밤부터 비소리가 들리더니 밤새 오고 또 아침에도 끊임없이 오네요. 남미 여행 이후로 내가 비를 몰고 다니나?
그래도 여행 왔으니 돌아다녀야겠지요? 시간표 확인하고 나갔는데 상원사행 버스가 안와요. 이런 우라질!!!!!
친구는 비가 와서 나가기 싫은가봐요. 근데 코딱지만한 방에서 할게 뭐가 있겠어요.
게다가 콜택시 부르자고 하는데 내 여행에선 선택옵션이 아니랍니다. 쿨하게 노 하고 친구는 숙소로 난 걸어서 선재길 보러가요. 한참을 찻길의 비를 피하며 매표소까지 갔더니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선재길 통제한다고 해요. 그리고 의문의 버스에 대해 물어보니 출발 15분만에 지나간다고 해요. 원래 월정사까지 꽤 걸리는듯한 어제의 착각으로 버스를 놓친 거였어요.
암튼 오늘은 공치는 날입니다. 알다시피 여행이 마냥 좋을 수는 없죠. 누구에겐 해갈의 단비라 마냥 욕 할 수도 없고 대략난감.ㅠㅠ

그냥 갈 수 없어 한강시원지 체험관에 들려요. 생각보다 잘 되어 있어 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우통수는 색과 맛 빛이 뛰어나고 여러 물을 받아들여 흐르지만 다른 물과 섞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랜 세월 한강의 발원지로 인식되어 왔다고 해요. 그리고 매일 이 물을 길어다가 문수보살에게 공양할 정도로 신성시하기도 했구요.

불교에서 물은 용왕과 용신이 산다는용에 의한 상징성이 공존하고 유교에선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구나! '란 논어 자한편의 말처럼 끊임없는 항상성의 존재로 중요시 했고 도가에선 모든 것을 포용하고 아래로 흐르는 물의 성질로부터 인간 완성 과정으로 그 존재를 인식했다고 합니다.

우중수는 한강의 수심에서 한복판에 흐르는 물로 나룻배를 타고 가서 두레박을 강 속에 던져 길어올렸으며 다른 물에 비해 값이 3배 이상으로 장안의 부자나 궁중의 약수와 찻물로 이용할 정도로 최상급의 물이었다 해요. 찻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통수는 무기물이 낮아 차를 우린 후 28시간이 지나도 이상이 없다고 해 최상이라 해요. 이걸 보니 오대산에 있는 동안 차를 많이 마셔야겠어요. 배가 툭 튀어 나올정도로 말이죠.ㅋㅋ


안쪽에 가니 360도 셔클 동영상 애니메이션이 나와요. 4분짜리로 사계와 물 관련 영상으로 내용과 관계 없이 혼자 360도를 보니 멋지네요.


우리나라의 3대 명수는 속리산의 달천수, 오대산의 우통수, 속리산의 한강 금강 낙동강이 만나는 곳의 삼타수 라고 하는데 우통수는 2등이래요. 그리고 동의보감에선 33가지 물의 종류를 구분하고 있어 놀라웠어요. 확실히 우리가 살아가는데 물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아요.


그런데 영산강의 발원지는 어디일까요?

다 아시다시피 전라도의 영삼강의 발원지는 담양의 가마골 용.소.

혼자 알차게 돌아보고 나오니 선물로 볼펜도 하나 주십니다. 감사히 받아 챙겨 나오며 한강의 옛날과 오늘날 사진을 보니 놀라웠어요. 한강 주변이 온통



아.


파.


트.


란 사실이 말이죠. 우리가 발전한건지 아님 역행하고 있는지 헷갈립니다.

옆의 성보박물관은 월요일 휴무라 못보고 길에 전시된 절 관련 사진을 보며 걸어가요. 좋은 사진도 많았으나 태풍때문에 날아가지 마라는 노끈이 옥에 티라 사진은 없어요.

파밭을 따라 가다 동네 주민에게 산책길을 물어보니 알려주시네요. 숙소 바로 뒤로 계곡 물이 흐르고 소나무가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어요. 혼자서 여기저기 잘도 쏘다닙니다. 내가 봐도 독특한듯...
여긴 농작물을 넓게 심는 게 유행인가봐요. 파에 이어 당근밭. 솔직히 강원도 하면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고랭지 배추만 생각났어요. 넓은 경작지를 보니 생각이 바뀝니다.

동네 산책하며 굴러다니는 양파 파 깻잎 쬐매  따서 라면 끓여 먹고 싶다는 나쁜 생각을 했어요. 결국 유혹을 이기고 자기 이름 걸고 하는 찐빵을 사와 먹어요. 1인분에 오천원인데 무려 8개나 줍니다.

비 오는 날 오대산 자락을 어슬렁 거리는 여행자의 넉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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