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베기에서 3번째로 숙소를 옮깁니다. 역시 방학 기간이라 성수기 맞습니다. 한 번 짐을 풀며 주저 앉는 편인데 여긴 도와주질 않네요.
처음 엠마로 갔을 때 내 시야에 들어온 건 햇빛에 빛나는 꽃들과 감자밭 그리고 쓰러질 것 같은 양철지붕....
비 오기 전의 엠마에서 보는 뷰는 단연 최고 였어요. 게르게티 교회도 보이고 설산도 보이고.
내가 저 길로 올라 갔었지? 하며 음미하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트리플 룸을 혼자 쓰는 행운과 함께 침대에 누워 보는 뷰는 죽입니다. 결국 삼릴 내내 그 방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이렇게 좋은데 어딜 가겠어요.
몇 몇 친구에게 자랑질을 했더니 시기 했는지 마지막 날 구름이 확 끼기 시작.
다 가려 버립니다. 촐싹 대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은 후회를 했어요.
저녁무렵 부터 비가 옵니다. 항상 조금 오다 말아서 또 그럴줄 알았어요.
어두워지니 먹구름으로 가리고 천둥번개가 전쩍번쩍....설상가상 양철지붕으로 쏟아지는 비는 북을 치듯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순간 난 전쟁이 난 줄 알았다니깐요.
과거우리나라도 가격이 저렴한 양철과 슬레이트로 지붕을 언곤 했지요. 내 기억으론 여름엔 덥고 겨울에는 추웠던 걸로 ..... 여기 조지아 지붕은 대부분이 양철 지붕입니다. 심지어는 교회 지붕까지도. ㅠㅠ
이제껏 아무생각 없이 양철 지붕 아래 잤으면서 이제야 양철 지붕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낼 또 숙소를 이동해야 하는 걱정과 함께 자고 일어 나니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운무가 바람 따라 춤 추는 쇼가 벌어진 것..
넋 놓고 쳐다보다 비에 젖은 길을 따라 캐리어 끌고 이동합니다. 제길....
렐라 앤 마리는 마당에 해먹과 바베큐 시설이 있네요. 시설은 딴 데보다 좋으나 방이 작아 무척 답답합니다.
가방도 풀지 않고 나와 룸스호텔 뒤로 올라갑니다. 아주 작은 교회가 있어요.
어~~~시야도 확 트이는 길이 맘에 들어요. 40분 올라가니 게르게티 교회와 설산 봉우리 그리고 러시아 국경으로 가는 계곡 길이 보입니다. 철탑이 있는 것은 옥의 티지만 풍경은 정말 좋아요. 비 온 뒤의 공기는 너무나도 청량하고 달달합니다. 글로는 보낼 수가 없어 아쉽네요.
일단 피크닉 매트를 깔고 눕습니다. 바람 햇빛을 동시에 접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오늘은 교회지붕 수리하는 날인가 봐요. 빨간 양철 지붕으로 교체하는 곳에 기술자와 수도사들이 힘을 합쳐 일 하고 있어요. 사실 교회와 빨간 지붕이 어울리지 않지요? 그러나 녹색 풀 밭에 빨간 지붕 눈에 띄긴 합니다.
잠시 계곡쪽으로 눈을 돌리니 운무가 꿈틀꿈들 기어옵니다.
동양화처럼 다가와요. 그러더니 맞바람을 만나 위로 스멀스멀 올라와요.
나 있는 곳도 곧 덮칠듯 해서 한 순간 겁이 와락 생겨요.
여기가 높은 산 중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내 아래서 춤 추는 운무쇼!!!!! 넘 멋져요.
한 세 시간 교회 언덕에서 멍 때리며 졸다 보니 바람이 차가워집니다. 할 수 없이 강제 하산..
그래도 신선한 공기로 인해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요.
미세먼지로 고생하는 여러분!
시간 되면 조지아 산으로 오세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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