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정글

요게 하루일과입니다. 노동을 통해 명상을 하라는 건지 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네요.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합니다. 5:30 기상하여 셀프 명상을 하지만 난 침대에서 당연히 나오지 않지요. 새벽엔 춥기도 하고 몸이 천근 만근이라서요.

그런데 태국 닭은 서로 박자 맞춰가며 웁니다. 얼마나 시끄럽게 우는지 그냥 자동 기상이 됩니다. 신기하게도 먹이를 주면 조용해져요. 먹는 것에 장사 없어요.

6:30엔 아침 준비와 닭과 버팔로에게 먹이를 줍니다. 첫날부터 날 일하게 한 버팔로는 3마리 있어요. 한 번은 길목에서 딱 마주쳐서 내가 지나갈 수 없었지요. 묶여 있어 무섭진 않았지만 서로 눈 싸움을 진하게 했답니다. 내가 손으로 저쪽에 가라고 하니 30초 생각하더니 움직여 주네요. 생각이 있는 녀석이더라구요. ㅋㅋ


난 여길 자주 온 대만 여자가 시키는 것을 해요. 아직은 이 동네를 몰라서요. 처음엔 허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해 와서 지내다 보니 몸이 건강해졌다고 해요. 그래서 자주 온다네요. 그녀 덕분에 마늘 양파는 수차례 깝니다. 저리 작은 유기농 식자재를 말이죠. 그리고 절구에 끊임없이 찧게 합니다. 가끔 시켜 먹으니 얄미울 때가 있어요. 어쩔 것이에요. 밥 해 주는 사람 말 따라야지요.

한쪽에선 커피콩의 껍질을 벗기느라 절구질 삼매경과 키질이 아침마다 반복돼요. 난 이 커피 너무 진해 못 마셔요. 결국 가방에서 문둥이손 꺼내 셀프 물을 끓이고 커피 약간만 타서 마십니다. 이 숭늉이 나에겐 딱입니다.

아침 식사 뒷정리를 다 함께 하고 나면 이 집의 프로젝트 일을 하러 각자 갑니다. 지금 도서관과 연못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누군 통대나무를 도끼로 잘라 평상을 만들고 누군 창문을 만듭니다.

나를 오게 한 래이는 연못 담당입니다. 그런데 하필 도서관 바로 앞에 만드네요. 좀 떨어져 만들면 좋을텐데....
난 온 지 며칠도 안되어 농땡이 치며 암것도 안해요. 그냥 래이와 프랑스 섬머슴아 같은 미셀 일 하는 거 구경하며 물만 몇 번 날라다 줍니다. 서양애들은 정말 파워풀하게 일을 해요. 손으로 흙을 부수고 벽에 바르는 것을 쉽게 합니다. 저 체력 너무나 부러워요.
래이는 독창적인 연못을 만들고자 디자인 공모도 해요. 내가 낸 제안이 채택될듯...

오늘 일 하기 싫어 부엌을 쓸었거든요. 난이도 하라서요. 최대한 느리게 하는 내 모습 떠올릴 수 있나요?
엄청 일을 빠릿하게 하는 날 기억하는 사람은 연상이 잘 되지 않을거예요. 암튼 내가 도시년이란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협동 농장 생활입니다.

이 집 안주인 아난타는 텃밭 관리를 주로 하세요. 물주기와 모종 심기 풀뽑기 작업이 네버 엔딩입니다. 게다가 기구는 열악하고 쪼그려 앉아하니 허리가 아파요. 울 나라에서 만든 농사 짓는 앉은뱅이 의자 선물하고 싶어요. 이 작업은 아이작이란 청년이 관심을 갖고 하고 있어요. 또한 새로 온 프랑스 가족이 열심히 하고 있구요.

오전 시간은너무 길어요. 작업을 끝낼 생각을 안해요. 자기 돈 주고 뭐 이리 열심히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돼요. 불쌍한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12:30에 점심 준비 후 식사를 합니다. 오늘 닭님을 잡아 사방군데 닭털이 날려요. 어질러진데만 치우고 달콤한 휴식 시간이 와요. 이 시간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몰라요. 일 하기 싫으니 시간의 속도도 고무줄이 됩니다. 이해 되시죠?

4시에 버팔로 먹이 하러 풀을 모으러 가요. 짐이 기계로 풀을 베면 나머지 사람들이 자루에 담아요. 잼난건 서양 걸크러시 동상야가 다리를 쫙 벌리고 업져 두 손으로 풀을 모읍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엔 저게 편한 자세고 스트레칭 되어 일 하기 좋은 자세란 걸 알았어요. 그러나 난 결코 따라 하지 않아요. 나름의 품위 유지라 할까요? ㅎㅎ

갑자기 이 동생야가 와서 풀을 퍼즐 마추듯 자루에 꽉꽉 담르라고 잔소리 해대넹. 너희는 위 아래도 없냥. 그래 언제까지 젊을거라 생각 하지 마라. 하고 속으로 궁시렁궁시렁 하는 소심한 나를 봅니다. 그러다 미운 애가 지나가며 귤을 주는거예요. 그 때는 미운 맘이 사라지더라구요. 사소한 것에 화를 내다  사소한 정에 풀리는 정형적인 A형 성격이 나오네요.

솔직히 다들 자진해서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에 농땡이 못치겠어요. ㅠㅠ
내가 전남여고에 입학해 줄을 서서 2학년과 3학년 언니들이 공부하는 것을 봤어요. 2학년 몇 명만 꼬지락 대고 나머지는 공부에 초집중해 있어요. 그래서 우리 암암리에 공부를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자동 생각하고 따라 하게 되더라구요. 여기도 그 때 처럼 그냥 선배들 하는 것 보고 자동 일 해야 되는구나!! 느꼈지요. 그래서 자동 녈심히 일하게 돼요. 그러나 난 여행자니 슬슬 해도 되는데 그 땐 그 생각이 안났어요. 역시 본보기가 중요해요.

그리고 이 멍청한 여행자는 저 푸대에 가득 든 풀을 한 번 운반하고 몸이 힘듭니다. 내 나이가 몇 인데 저걸 들고 나르냐구?

나중에 래이랑 시장에 가며 이걸 말하니 안해도 된다고 해요. 피곤하면 그냥 자도 된다고.
 그래서 그 조언에 따를까? 심히 고려 중입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풀 모으러 안가고 동네 산책 갔다 왔어요. 서양 동상들 일 하는 것이 보여도 그냥 천천히 하느작 거렸더니 속이 풀리네요.

5시에 저녁을 준비하고 6시에 저녁을 먹어요. 기도와 함께 식사와 그 뒷처리를 합니다. 식사 자체는 참 맛나요. 그러나 그걸 먹기 위한 수고로움이 너무 많다는 거죠. 딱 삼시세끼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그와 같아요. 밥 먹고 돌아서면 밥 때가 된다는 사실이 기다려지면서도 슬퍼요.

그 뒤로 레몬글라스 차를 마시면서 기타치며 노래 부르다가 질문의 시간을 갖어요. 한국에서 템플스테이 하며 스님과 담소도 힘들어 흘려들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들어야 할까요?


당연히 패스하고 이른 시간에 침대로 들어갑니다. 잠이 올리 없지만서도요.

홈페이지에서 하루숙박비가 왜 기부인지 알겠어요.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돈을 받고 세끼 제공을 받아야 하는 게 정석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우린 돈을 내고 자진 노동력 착취를 당하면서 고마워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합니다.

정원의 거베라는 정말 예뻐요.

유기농과 슬로우 라이프는 낭만이지 힐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도시년은 이제야 백프로 알겠어요.

내가 우울하게 적었나요? 좋은 것도 있어요. 당장은 피곤하나 적응되면 몸도 건강해지고 유기농 음식만 먹게 되어 체질 개선도 될겁니다. 지금 한창 하는 톱스타 유백이 드라마의 유백이 심정입니다. 다만 유백이는 강제 노동은 안하니 다행인거죠.

점점 편하게 일을 조금하고 산책을 늘리니 여기 생활이 행복해지고 있어요. 친절한 동네 사람들과 신선한 공기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제신의 분노와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74년생 유시민 책을 읽었어요. 전자는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철학에 가까운 소설이고 후자는 촛불 혁명이후 바뀌지 않은 개돼지 흙수저 이야기라 생각을 많이하게 돼요. 나도 세금을 포플리즘 처럼 쓰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요. 보편적인 복지와 선별적인 복지 중 뭐가 우리 사회에 맞는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자기 돈 처럼 아껴 쓰면 좋겠어요. 국회의원 항공권 취소 비용이 어마어마 하더만....

암튼 용감하신 분은 친환경적인?? 농장에서 체험하며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서들 도전해 보세요. 자신 있으면요. ㅋ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