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아레키파
아레키파에 왔으니 콘도르 보러 꼴까 트렉킹을 해야겠지요?
꼴카캐년은 가장 깊은 계곡이었는데 수 년전 코타우아시 협곡이 발견되어 1위 자리를 내어 주죠. 그렇다 해도 그랜드 캐년 깊이의 2배에 다다른다고 하니 얼마나 깊은지 상상이 되시죠?
우선 당일로 다녀오기는 가성비가 떨어진다. 편도 3시간 버스 타고 가서 1시간 전망대에 보고 나머진 온천이나 쇼핑하는 코스라 당연히 패스.
사람들 말에 의하면 2일 일정과 3일 일정의 코스는 거의 비슷한데 3일이 더 널널해서 천천히 구경하며 다닐 수 있다고 해서 3일 일정을 선택!
첫날
새벽 3시에 픽업을 와서 호텔을 돌며 사람들을 태우는데 약 1시간 소요
난 시간 맞춰 일어나려 설잠을 잔 관계로 무조건 딥 슬립. 다행히 Kusi Travel의 영어 상담자이며 운전하는 분이 정말 스무스하게 해서 꼬불꼬불한 길도 힘들지 않다. 나중에 다른 팀 사람들 차는 사고 날 것처럼 빠르게 운전해서 애원했다고 한다.
제발 천천히 포르 파브르
3시간을 달려 파타팜파 4910미터 고개를 넘어 아침 7시에 치바야 마을 도착(해발3633미터).
어리버리한 상태에서 아침을 먹는다. 다행스럽게도 먹힌다. 살려고 아주 용 쓴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빵과 쨈 버터 그리고 차. 거기다가 갓 짠 100프로 오렌지 쥬스.
그 동안 운전사 겸 가이드 아저씨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사 오신다. 이 나라는 특이하게도 내국인과 외국인 요금이 엄청나게 차이난다. 내국인 20솔 난 70솔로 무려 2.5배다. 2박할 숙박비데...쩝쩝 ㅠㅠ
입장권은 무지 크다.


뽀대가 나긴 한데 갖고 다니다 보니 걸레가 되었다능. 기념으로 가져 오려 했는데....
암튼 이 표 검사를 곳곳에서 하는데 잃어버리면 다시 사야 한다. 꼭 잘 간수해야 함.

가는 길에 보이는 저 동상은 뭐지?
콘도르 가면 쓴 남자가 여자 등에 업혀있네.

나중에 물어보니 전형적인 꼴까지역 춤의 일부라고 한다.
30분쯤 달려 콘도르 전망대인 크루즈 델 콘도르(해발 3500 미타)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열심히 셔터를 누르지만 콘도르는 보이지 않네.





저 아래 협곡으로 오늘 죽 내려갈거란다. 후덜덜하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고산 적응이 안된 탓인지 모르겠지만 좀 움직이니 숨이 차다. 여기가 4천미터 못 못된 곳이지.
살짝 걱정이 밀려온다. 과연 트렉킹 잘 할 수 있을지.
30분쯤 감상 후에 알리버스를 찾아 탑승.
차에서 본 꼴까는 네팔의 안나푸르나와 제주도 유채꽃 핀 돌담을 교묘하게 섞여 놓은 듯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선인장이 많고 사람들 복색이 다를뿐. 천주교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의 십자가나 제단은 약간 잉카 무속 신앙이 결합되어 네팔의 힌두교와 살짝 닮은 감이 있다.

오늘 트렉킹할 팀의 이산집산지인 미라도르 타퍄에 왔다. 가이드와 연결 시켜주는데 내 이름이 없다. 한참 귀를 쫑깃하고 듣다보니 나만 혼자 꼬메르팀에 넘겨준다. 20명 가까운 사람 중에 나만 홀로다. ㅠㅠ
전형적인 페루인 모습의 가이드 꼬메르와 갈 사람은 나 포함 5명이다.아싸~~~~
팀이 작을 수록 더 좋은 것 알지요? 단 꼬메르는 영어를 거의 못한다는 사실. 나도 스페인어 입문만 속성으로 공부한 처지라 눈치로 다 알아들어야 할 듯...
그러나 대.나.다. 다. 괜찮아!
이제 협곡 속으로 들어간다. 야~~~호!
4시간을 계속 내려간다. 오르막은 일도 없다.
한참을 가다보니 모두들 하늘을 본다. 앗! 콘도르다.
사진은 놓쳤지만 거대한 독수리는 엄청나게 컸
잠시 더 내려가다 멀리서 나는 콘도르 포착.
일단 미션 클리어.

콘도르는 페루의 국기에서 볼 수 있을정도로 과거 가장 신성시한 동물입니다. 아이 땐 회색 성장기엔 갈색 다 크면 블랙 앤 화이트 라고 해요. 또한 몸무게10kg이상이고 몸길이 1.3m로 어마어마하죠. 근데 내 사진에선 콩만 하다는 사실이 슬픔.ㅠㅠ
중간에 가이드 꼬메르가 코카잎과 낍스를 주신다. 처음엔 먹고 싶지 않았으나 일단은 시식은 해 봐야지.
근데 의외로 민트와 박하향이 나며 입안이 상쾌하네. 잎은 씹을수록 혀를 살짝 마비시킨 듯. 마약이 맛나?

다시 내려가다 풀떼기를 채집하신다. 스페인어로는 룸피오리아고 케추아어로는 망까팍끼 란다. 눈치 스페인어로 들으니 배앓이에 좋단다. 저녁에 이 풀로 차를 마셨는데 일종의 허브차다. 향도 좋고 맛도 좋던데요.

우리 팀은 모터를 달았나? 두리번 거리지도 않고 직진이다. 스피드 엄청나게 빠르고.
이래서 젊은 서양애들하고 트렉킹하는 것은 난감하다. 첫날이니 뒤쳐지지 않고 가야지. 다짐하고 앞만 보고 달렸더니 선두로 내려오네. 대박 짱 체력이다.
일단 다리 있는 곳까지 앞만 보고 직진 하니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네. 4시간 코스뎅.
표 검사를 하고 잠깐의 휴식.
헐~~얼굴이 다들 벌겋다. 여긴 자외선이 강한데다 열라 쉬지 않고 내려오느라 열 받았나보다.




담은 마지막 10분 이란다. 그런데 얼마 못 올라가 숨이 막힌다. 심장은 벌렁벌렁.
이러다 나 죽는 것 아니야?
여기가 지금 2300미터지. 난 보통 고산 증상이 2500미터 근처에서 오곤한다.
조심해야지.
와우~~국립공원 안의 숙소라 그런지 잔디가 두텁고 좋네.


일단 좋은 냄새가 난다. 배 고프던 찰라에....
페루 할머니가 음식을 해 주시네. 손을 잡아 보니 연륜이 느껴진다. 딱딱한 거죽.



페루 전통 음식인 스프다. 호박 감자 쌀 같은 푸리 그리고 향이 강한 잎이 둥둥.
음~ 맛은 합격이다.
다음은 알파카 고기와 밥 그리고 아보카도. 맛은 좋은데 대체 아보카도와 밥이 어울린가?
피곤해서 한 숨 자고 일어 나도 날이 아직 밝네. 샤워나 하러 가니 헐~ 어찌하란 말인가? 그냥 난감해서 머리만 감았다. 그러고 나니 할 일이 없다.
가이드가 나무에서 딴 꽁같은 과일을 놓고 가셨다. 안은 하얀 알맹이고 속에 커다란 검은 씨가 있다. 맛은 그런대로 좋네.

큰 돌에 올라가 누워 하늘을 본다. 계곡 안이라 그런지 구름이 잔뜩 끼었다. 여긴 우기라 아침에 맑았다가 오후되면 스콜처럼 비가 온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참 번거롭게 한다.

역시 트렉킹은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점심때쯤 쉬는게 올바른 선택인듯...
영국애들과 네덜란드 애와 낭만?적인 식사를 하며 잡담을 한다. 전가 들어오지 않아 랜턴 켜고 먹는 저녁.
참 낭만이 철철 넘치지요?
쓸데없는 잡담에 지쳐-벌레 경험담 오늘 트렉킹 체험담 등등- 8시가 넘어가자 난 굿바이하고 잠자리로 고고.
정말 갓브레스유 같은 날이다.
둘째날
어라! 여섯시도 못돼 깨었다. 아침은 일곱시라 한참 남았다. 사진 스케치나 할까?
저길 내가 내려 왔다는 거지.

아침은 팬케잌과 커피
가볍게 클리어 하고 8시30분쯤 출발.
오르막이다. 난 죽었군.
다행히도 오늘은 업 앤 다운 평지길이 반복이다. 어제 계속 내리막길이어서 허벅지가 아파 더 길이 힘드네. 한국이었다면 별로 힘들지 않은 길인데 지대가 높아서 넘 힘들게 한다.
갈수록 선인장이 많다. 그리고 용과 비슷한 과일을 따서 주신다. 달콤하나 씨가 좀 많다는 반전이 있다.

그제 난 저거 하나에 1솔 주고 사먹었는데 여긴 널렸다. 공짜공짜데도 손 대는 사람 거의 없네.
선인장에 하얀가루 같은 것이 붙어있는데 연지동물인 코치니아다. 암컷이 산란하기 전에 채취하여 말린 가루가 붉은색 염료란다. 잉카시대에도 사용했던 염료 중 하나였다니...알기 전에 징그럽고 병이 생길것 같더니 muy buein 하다니 다시 조게 된다.
교회가 있는 말라타(해발2660미터)를 지나 오늘 숙박지 오아시스(해발 2180미터)로 간다. 난 스피드한 이 팀에 살짝 삐져 천천히 내 스피드로 갑니다. 사진도 찍고 두리번 거리면서...
그러고 나니 엄청 뒤쳐진다. 그러나 나도 배짱이다. 걸을려고만 했다면 궃이 오지 않을 터.....












나중에 천천히 가니 기다려 주네. 살짝 미안하지만 나도 나름 풍경을 즐겨야지.
오아시스에 도착하니
와~~~~~아.
오지를 벗어나 문명을 접하네. 푹신한 잔디와 수영장.
방은 콧구멍만한데 마당은 넓고 샤워실은 자연친화적이지만 쾌적하고.
어제에 비하면 천국이다. 수영복은 챙겨오지 않아 발만 담그고..
맨발로 잔디를 걷는 이 기분!!
서양 애들이 좋아할만한 분위기네.

음~~빨래도 대충해서 햇빛에 널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것 같다. 집에 있었다면 결코 모를 이 기분...
점심은 다시 어제의 반복이넹. 애네들은 이것만 먹고 사나? 끙~~~~
그래도 알파카 고기 살짝 질겨도 맛나네요.
충전할 곳이 이 바 밖에 없어 충전하며 글을 쓰고 있으려니 다리가 아프넹.
그래도 이 시간이 행복하다.
비록 밥 먹다가 비가 와 빨래 걷으러 뛰어가긴 했지만.
셋째날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오늘은 협곡을 벗어나야 하니 당연히 오르막이겠지요? 나 벌써부터 힘들어 하는 거 느껴지나요?
지금 현재 새벽 4시
밖은 엄청나게 어둡습니다. 이 밤에 출발이라구?
이 카메라 조명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네요.

하늘엔 졀들이 총총하나 난 처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요. 저 무식한 직진 서양애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따라 가야 합니다. 제기랄~~
더군다나 오늘은 쭉 오르막길입니다.
가도 가도 끝은 보이지 않아요. 중간에 잠깐 몇 분 쉬긴 하지만 그냥 올라갑니다. 가슴이 팔딱팔딱 할 무렵 아래를 보니 운무가 춤을 춥니다. 그러나 풍경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올라갈수록 머리는 맑아지고 다리는 기계적으로 움직입니다. 힘들긴 한데 상쾌하네요. 약간 걷는 것에 중독된 듯....


힘든 사람은 당나귀 타고 올라옵니다. 난 두 발이 멀쩡해 돈 벌었네요.

약 3시간 넘게 올라가니 정상입니다. 남들은 한참을 쉬었으나 난 숨만 돌리고 cabanaconde 마을을 향해 다시 고고!!
녹색의 밭이 보이니 살것 같네요.


아~~~~~배 고파. 밥 줘요.
다행히 서양식 식단에 오늘은 신선한 망고 쥬스 원삿!
식사하는 내내 식탁 밑엔 커다란 개 두 마리 점령. 여기 개들은 유달리 순하며 사람을 잘 따릅니다. 그래도 난 무섭다능. ㅠㅠ
참! 저기 식탁보 무늬 보이나요?
네팔 스럽네요. 아무리 봐도 여긴 안나푸르나 어느 마을 같아요.

식사 후 광장 주변을 둘러봅니다. 콘도르 동상이 보이고 호스텔과 식당들 그리고 여행자들이 보입니다. 페루 의상 입은 아낙네도 보이고.
저 원 대체 몇 겹이야? 무거워서 어디 입고 다니려나.





교회는 정말 문맹자들을 계몽시키려고 예수의 고난이 담긴 동상이 여기저기 있고 꽃들이 많이 놓여 있어 내가 보기엔 넘 무서워 보입니다.

9시 30분이 되니 차가 옵니다. 쇼핑도 싫고 온천도 싫으니 그냥 아레키파로 가면 좋을련만. 다 거쳐 갑니다.
덕분에 난 돌 위에서 일광욕해요.
트렉킹으로 인해 머리카락 전체와 등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추웠는데 말리면서 체온 올려주네요.

돌 위에서 온천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니 탕을 돌로 막아 더운이 흘러내리게 되어있어요. 넘 내추럴해서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고.
치바야에서 점심 후 볼케이노 전망대와 야마 방목장을 보고 드디어 아레키파로 돌아가요.








특이한 건 여기가 지금 우긴데 모기가 없어요. 벌레도 그닥 많지 않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열심히 걷고만 갑니다.
암튼 아레키파로 와서 고산 적응하고 쿠스코 가게 되어 좋네요. 내가 봐도 코스 잘 짠듯.